ADHD 아이, “안 하는 걸까요, 못 하는 걸까요?”(실행기능의 중요성)

실행기능 관점에서 이해해보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순간이 반복되곤 해요.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을까?”, “하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왜 안 할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특히 ADHD가 의심되거나 진단을 받은 아이의 경우라면 이런 고민은 더 깊어지기 쉬워요. 부모 입장에서는 의지가 부족한 건 아닐까, 더 단호하게 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이의 행동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 전혀 다른 이해가 가능해져요. 이 아이들은 단순히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하기 어려운 상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하기 어려운 것’일 수 있어요

ADHD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할 때 중요한 관점 중 하나가 바로 실행기능입니다. 실행기능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어요. 무엇부터 시작할지 정하고, 순서를 유지하고, 충동을 참고, 끝까지 마무리하는 과정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이 기능이 약한 아이들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어도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려워요. 머릿속에서는 “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이 시작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부모 입장에서는 “알면서 왜 안 하지?”라는 답답함을 느끼게 되고, 아이는 아이대로 시작하지 못하는 자신이 더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아이들과의 상담에서 듣는 마음

아이들과 상담할 때 공부나 숙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가 있어요. 한 초등 고학년 아이는 숙제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책상에 앉는 것 자체를 계속 미루게 되어 혼나는 일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하기 싫어서 그런 것처럼 보일 수 있지요. 그런데 아이와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시작하려고 하면 머리가 복잡해요.”라는 말이었어요. 이 아이에게 어려움은 의지가 아니라 ‘시작하는 능력’ 자체에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해하고 나면 아이를 대하는 방식도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빨리 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을 도와주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를 돕는 방식은 이렇게 바뀔 수 있어요

아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지시가 아니라, 실행을 돕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숙제해”라고 말하기보다 “수학 1번 문제부터 같이 시작해볼까?”라고 말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 “빨리 준비해” 대신 “5분 동안 이것만 해보자”라고 구체적인 시간을 제시해주면 아이가 훨씬 덜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아이가 미루고 있을 때는 “왜 이렇게 미뤄?”라고 묻기보다 “지금 시작하기 어려운 것 같아 보이네”라고 아이의 상태를 짚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접근이 바뀌면 아이는 통제당하는 느낌보다 이해받는 느낌을 경험하게 되고,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중요한 것은 ‘의지’보다 ‘환경’이에요

ADHD 아이들은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 어려운 대신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을 작게 나누어 주거나, 눈에 보이게 정리해주거나, 시간을 구조화해주는 것만으로도 행동이 훨씬 달라질 수 있어요. 아이를 바꾸려고 하기보다 아이가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 작은 변화가 반복되면 아이도 점차 “할 수 있는 경험”을 쌓아가게 됩니다.


부모로서 잠시 생각해보면 좋아요

우리 아이는 어떤 순간에 가장 멈추게 될까요? 시작이 어려운 순간인지, 아니면 중간에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순간인지 한 번 떠올려보셔도 좋아요. 또 나는 아이의 행동을 ‘의지 문제’로 보고 있지는 않았는지, 아이가 어려워하는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반응해왔는지도 함께 돌아보면 도움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아이의 행동을 “왜 안 할까?”라고 바라보는 순간에는 답이 잘 보이지 않지만, “어떤 부분이 어려운 걸까?”라고 질문을 바꾸는 순간 이해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이의 행동뿐 아니라 부모와 아이 사이의 관계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해요. 완벽한 방법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이해하려는 시도입니다. 그 시도만으로도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을지 모릅니다.

 참고자료

• CHADD (2020). ADHD Quick Facts

https://chad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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